중년의 쉼이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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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샘터 5

맑고 투명하고 더 없이 단단한 내가 되는 순간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

탄소로 만들어진 세 가지가 있다. 흑연, 숯, 다이아몬든. 닳아 없어지며 기록을 남기는 연필심이 되어도 좋고, 나쁜 것들을 걸러주는 숯이 되는 것도 좋다. 압력을 견디며 단단해지는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다이아몬드와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과 숯은 모두 다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화학적으로는 똑같지만 다이아몬드와 흑연과 숯은 다르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탄소가 세월의 압력을 견디며 만들어진 것이다. 인조 다이아몬드 역시 흑연을 섭씨 2천 도 이상에서 10만 기압의 압력을 가해 만든다. 탄소가 다이아몬드가 되려면 압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공적 압력이든 세월의 압력이든.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압력은 꽃 피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친구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건강한 스트레스가 우리를..

마음의 샘터 2024.02.08

혼탁한 것은 / 느림과 비움

혼탁한 것은 고요하게 저 혼자 두면 스스로 맑아집니다. 가만히 안주하는 것도 물과 햇빛을 받게 되면 땅에서 싹을 내며 발아합니다. 애써 빨리 혼탁한 것을 맑게 하고 애써 빨리 자라게 하는 것은 마음 그득한 탐욕입니다. 탐욕은 반드시 죽음으로 넘어갑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면 분별을 버려도 능히 고요함으로 맑아지고, 전통과 예법에 ;자유롭고 고요히 있으면서도 만물을 살리는 활법을 낼 수 있겠지요. 나는 아직 도에 이르지 못했으니 날이 흐렸다 맑아졌다 할 때마다 마음도 변덕스럽게 흐렸다 맑아졌다 하고, 나날이 새로운 것을 취하며 살아야 합니다. 나는 산 아래 엎드려 사는 백면서생입니다. 저 도시의 광란과 무절제의 무간지욕(無間地獄)을 거쳐 이제 시골로 내려와 물을 바라보며 뒤늦게 정신을 바로 잡은 탕자의..

마음의 샘터 2024.02.07

감정의 시차 / 위로

멀리 있는 사람들은 앰프를 통과한 음처럼 그리움이 증폭되는 것을 경험하지요. 그리움의 증폭, 추억의 증폭 속에 나를 가만히 두어 보니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가까이 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 내 마음안에 가라앉아 있던 이름들, 바쁜 시간이 내 마음을 휘저어 놓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감정들이 비로소 보였습니다. 머리 있으니 사소한 것들은 위대해지고, 위대한 것들은 얼마나 사소해지던지요. 내가 막 잠을 깨는 시간이면 당신은 오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일곱 시간의 시차를 생각하다 문득 우리는 늘 그렇게 감정의 시차를 지닌 채로 살았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가 사랑의 아침을 맞이할 때 당신은 뉘엿뉘엿 해 지는 오후를 살았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서로 사랑의 속도가 ..

마음의 샘터 2024.02.07

신발 한 짝

언젠가부터 가슴속에서 종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습니다. 첨탑의 종지기가 줄을 당기듯 내 가슴속에 숨어 있는 누군가가 줄을 당겨 땡그랑땡그랑, 종을 칠 때가 있습니다. 종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펑펑 울고 맙니다. 눈물이 주는 치유력에 힘입어 다시 소생할 무렵, 종소리는 지워지듯 사라지고 맙니다. 한번씩 어릴 적 꿈을 꿀 때가 있습니다. 아니, 그건 꼭 꿈인 것은 아닙니다. 눈을 감으면 찾아오던 눈부신 그 영상은 어딘가에 새겨져 있을 어린 시절의 아픔일지도 모릅니다. 색색의 꽃가루로 떨어져 내리던 아릿하고따뜻한 어린 날의 기억들. 몹시 외로울 때, 아니면 어딘가에 매달리고 싶을 만큼 힘겨운 순간, 어린 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산위에 걸려 있던 밤이 발걸음 소리 죽여 문지방 넘어오고 세상의 모든 아..

마음의 샘터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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